오봉정사

하늘로 보내는 편지

고인 추모글

친구 아름우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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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상빈 댓글 0건 조회 532회 작성일 23-09-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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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게 잔뜩 하나라도 분명히 말하고 파 한참을 고민하다 아무말도 써내려가지 못 하는 먹먹함에
니 탓을 하고 싶다가도 아직 니 이름 똑바로 써 놓고 서 마주한 적 없는 이 슬픔이 내 비겁함 같아
말을 고르는데에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언제 받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 학창시절의 편지 같은거 그런거 있잖아
나는 니가 내게 그렇게 기억될까 한참 무서웠어 그리고 꽤 괴로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내가 창문을 열지 않아도 언제나와 같은 그런 계절들처럼 나를 만나러 오겠지 
나는 배부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방금 문득 생각했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니
역시 너는 참 별난인간이구나

무정했던 너의 세상이 나는 원망스럽다
기형도 시의 마지막 문단 같은 너도 역시 원망스럽다
이제 나는 나도 원망스럽다
그만큼이나 너무 슬프다
언젠가 어디서 읽었는데
'웃음이 먼저 오고 이해는 나중으로 와도 좋다 다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문장이 기억이 나
그래 나도 그러기로 했어
니가 이해는 되지않아 그렇지만 우주가 좋으면 오케이다 하고 말이야
나의 간사함을 욕해도 좋아
우주는 평생 행복했다 나는 그리 기억할터이니
오늘처럼 내 마음이 썰렁할때 종종 어울려줘

"그래도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 상빈아"
이젠 나도 돌려주고 싶다
"그래도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 우주야"
 
눈물 젖은 너저분한 편지 대신 이런게 있다니 놀랍다 요즘 세상이란 말이야
아마 이런 나를 봤다면 그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칼칼칼하며 날카롭게 비웃겠지
이름처럼 아름다운 생이였기를
지독히도 서툰 너에게
서툼을 더 해 미련하기까지한 나는 답장없을 편지를 보낸다
아니
책보다는 영화를 더 좋아했던 널 위해
혼자 "오겡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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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재일 법회 후 소각합니다.